50대 초반, 건강검진 문진표에 서명하는 순간까지만 해도 용종이 발견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시경 도중 의사가 작은 용종을 발견했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절제가 이루어졌습니다. 아프지도 않았고 순식간에 끝났는데, 막상 시술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더 겁이 났습니다. 내 몸 안에서 아무 신호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습니다.내시경 절제, 막상 해보니 이런 과정이었습니다저도 처음엔 용종 절제라는 말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올가미 형태의 기구로 용종을 집어서 끊어내는 방식이라, 별도의 마취나 추가 시술 없이 바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걸 내시경적 용종 절제술(polypectomy)이라고 ..
변을 보고 나서 휴지에 선홍색 핏자국이 묻어났을 때의 그 서늘함, 저도 겪어봤습니다. 10여 년 전 밤낮없이 일에 치여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설마 내가 치질일 리 없다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3일째 이어지는 통증과 출혈 앞에서는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겪으며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봅니다.치질 원인과 증상 — 설마가 사람 잡는다당시 저는 새벽 출근에 야근까지,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하루 열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수분이라고는 커피 몇 잔이 전부였고, 밥도 대충 때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치질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생활이었습니다. 치질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조직이 부풀거나 찢어지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며, 크게 치핵·치열·치루 세 가지로 나뉩니다(출처:..
위암 치료를 마치고 나면 '이제 다 나았다'는 안도감이 가장 큰 적이 됩니다. 저는 그걸 친구를 통해 직접 목격했습니다. 조기 위암 판정 후 수술과 6차 항암치료까지 무사히 마친 친구가 7개월 만에 암이 재발했고, 그다음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완치가 아니라 관리의 시작이었는데, 친구는 그 선을 너무 가볍게 넘었습니다.위암 초기증상 —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위암이면 배가 많이 아프지 않나요?" 친구가 처음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입니다. 저도 솔직히 비슷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친구는 그냥 소화가 좀 안 되는 것 같다고 했고, 건강검진을 억지로 받은 게 계기였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약 80%는 증상이 없거나..
설사가 3개월째 낫지 않는다면, 단순한 장 트러블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는 40대 조카가 동네 내과를 전전하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크론병(Crohn's disease) 진단을 받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면역계 이상으로 인한 난치성 질환"이라는 말 한마디에 온 가족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크론병은 발병 원인부터 일상 관리까지 제대로 알아야 싸울 수 있는 병입니다.왜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 발병 원인의 복합 구조크론병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도대체 왜 생기는 거야?"라는 질문부터 했습니다. 담당 교수는 단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 말이 더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핵심은 면역계 이상(immune dysregulation)입니다. 여기서 면역계 이상이란, 외부..
아내가 30년 가까이 아침마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서도 속이 쓰리다고 했습니다. 저는 몇 번을 말렸지만 그때마다 "괜찮아"로 끝났고, 결국 50대 종합검진에서 위궤양을 넘어 십이지장 궤양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나서야 아내는 비로소 커피잔을 내려놓았습니다.왜 십이지장까지 번졌을까 — 발병 원인십이지장 궤양은 위산과 소화효소가 십이지장 점막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점막하층까지 패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속이 쓰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공복 시 상복부 통증이 대표 증상이고, 식사 후 잠깐 나아지다가 다시 도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비율이었습니다. 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 균이 발견된다고 ..
천식 환자의 약 30%는 자신이 천식인지 모른 채 생활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이모부님을 보면서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이면 늘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새벽 기침이 끊이질 않으셨는데, 정작 본인은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라고만 하셨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 오해였는지, 폐렴 판정을 받고 나서야 온 가족이 실감했습니다.천식의 위험성, 가볍게 보면 폐렴까지 간다천식은 기도 과민성(Airway Hyperresponsiveness) 질환입니다. 여기서 기도 과민성이란, 정상인이라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자극—찬 공기, 먼지, 담배 연기—에도 기관지가 과도하게 수축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발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날에는 환자 본인조차..
피곤하면 혀에 구내염이 생기는 분들, 저도 그랬습니다. 오라메드 연고 하나로 이틀이면 해결됐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 경험을 아무 생각 없이 선배에게 권했다가, 선배는 1년 가까이 연고만 바르다 설암(tongue cancer) 판정을 받았습니다. 혀의 작은 상처가 어떻게 암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진짜 문제였는지 정리해 봤습니다.혀 상처, 왜 그냥 넘기면 안 되는가입안에 혓바늘이 생기면 대부분 "좀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수십 번 그렇게 했고, 실제로 늘 나았습니다. 그래서 선배가 혀가 헐었다고 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오라메드 연고를 권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그 말을 얼마나 가볍게 꺼냈는지 소름이 돋습니다.문제는 상처의 지속 기간이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3주 이상 낫지..
교회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이 장로님이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화를 드렸더니 족저근막염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퇴직 후 작심하고 시작한 등산과 한강 달리기가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그분의 치료 과정을 10개월 가까이 곁에서 지켜보며, 저도 이 질환에 대해 적지 않게 배웠습니다.왜 하필 건강해지려다 발병할까 —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장로님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조금 의아했습니다.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오히려 발을 망가뜨렸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꽤 흔한 패턴이었습니다. 족저근막(plantar fascia)이란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 뿌리까지 연결된 두꺼운 섬유성 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발바닥의 아치(아치형 곡선..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에 달하지만, 방치하면 전신으로 번지는 무서운 병입니다. 제 누이가 딱 그 경우였습니다. 선크림 하나 제대로 바르지 않은 대가로 8개월의 치료를 치러야 했으니까요.피부암 초기 증상과 자가 진단 — 놓치면 안 되는 신호들추석 명절에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누이의 팔뚝에 이상한 흔적이 눈에 띄었습니다. 흉터 같기도 하고, 반점 같기도 한 것이 팔 한쪽에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 허탈했습니다. "선크림을 얼굴에만 발랐더니 팔이 타서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더라고. 약국에서 피부 연고 사서 바르고 있어." 그러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옆에 있던 작은 누이가 피부암으로 발전..
40대 중반, 건축 현장 사고로 대퇴부와 고관절이 부서진 친구가 10개월 만에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퇴원 후 3개월이 지나도 몇 걸음 걷고 나면 주저앉아야 했고, 의사가 다시 정밀검사를 권했습니다. 수술은 잘됐지만 근감소증(Sarcopenia) 소견이 나왔다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건강할 땐 전혀 몰랐던 병,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제가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봅니다.근감소증이란 무엇이고, 왜 생기는가?근감소증(Sarcopenia)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질병코드 M62.84로 등록한 엄연한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뼈와 몸을 지탱하는 골격근의 양과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이 들어서 힘이 빠진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결과가 꽤 심각합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