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 나서 슬그머니 냉장고 문을 여는 그 손길. 저희 아내도 딱 그랬습니다. 퇴직 후 긴장이 풀리면서 새벽 두 시 야식이 일상이 되었고, 어느 날부터 "조금만 자극적인 걸 먹으면 속이 쓰려"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방치하면 식도 궤양을 넘어 전암(前癌)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저희 가족이 어떻게 이 병을 넘어섰는지, 그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것들을 솔직하게 씁니다.야식과 퇴직, 그 조용한 시작결혼 전까지 40살 내내 직장을 다녔던 아내가 임신을 계기로 일을 그만두었을 때, 저는 솔직히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쉬면 건강해지는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아내는 밤마다 드라마를 보며 ..
지방간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누구나 조금씩 있는 거야"라는 말에 안심해도 될까요? 저는 그 말에 절대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40대 중반에 건강검진에서 '약간의 지방간'이라는 결과를 받은 그 순간, 저는 곧바로 외삼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지방간이 어디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본 사람이었으니까요. 지방간의 위험성저는 가족에게서 먼저 배웠습니다 외삼촌은 늘 술을 달고 사셨습니다. 간염 진단을 받고도 술을 끊지 못했고, 숙모와 다툼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혼자 몰래 술을 드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봐온 삼촌의 얼굴은 점점 검게 변해갔고, 나중에는 배에 복수(腹水)가 차서 배를 내밀고 걷는 모습이 됐습니다. 복수란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복강 안에 액체가 비정상적으로 고이는 상태인데, 쉽게 ..
다리가 묵직하고 저녁이 되면 발이 퉁퉁 붓는 느낌,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냥 피로 탓이라 넘겼던 적이 있는데, 가까운 친구가 하지정맥류로 결국 지팡이 신세가 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이 병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하지정맥류는 방치하면 걷지 못하게 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너무 가까이에서 배웠습니다.하지정맥류 방치 결과 — 합병증의 실체친구는 부동산 중개업을 했습니다. 사무소가 동네 사람들의 아지트처럼 운영될 만큼 사람이 많이 모였고, 저녁이면 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따라왔습니다.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좀 걸어가자고 했더니, 친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습니다. "나 하지정맥 때문에 오래 못 걸어. 가까운 데로 가자." 그때 처음으로 제가 직접 하지정맥류 이야기를..
요즘 요로결석으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40대 중반에 요로결석을 처음 겪었는데, 응급실 침대에서 "차라리 이러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통이었습니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 제대로 정리해 두겠습니다.요로결석 초기증상 — 허리 통증인지 결석인지, 저는 처음에 몰랐습니다첫 번째 요로결석이 왔을 때, 저는 뭔가 잘못 먹은 줄만 알았습니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프고 화장실을 몇 번씩 들락거렸지만 변은 나오지 않았고, 허리도 뻐근한 것 같은데 어디가 정확히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 묘한 통증이었습니다. 저녁 10시가 넘어 참을 수 없어 응급실을 찾았지만, 제가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의사도 처음엔 정확한 진단을 내리..
솔직히 저는 하루에 소변을 12번 넘게 본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50대 중반,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흘려버린 겁니다. 그러다 건강검진 문진표에 배뇨 횟수를 직접 적고 나서야 현실을 직면했습니다.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야간뇨(夜間尿)가 심각한 수준이었고, 그때서야 전립선비대증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습니다전립선비대증은 노화와 남성 호르몬 변화로 전립선 조직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하고, 그 결과 다양한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자주 화장실을 찾는 정도로만 느껴지는데, 막상 횟수를 세어보면 본인도 놀라게 됩니다. 제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하루 12번 이상, 잠들기 전 두세..
솔직히 저는 신장이 얼마나 조용히 망가지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50대 초반 집사님께서 어느 날부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셨는데, 처음엔 그냥 피부 트러블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분께 여쭤보니 6개월 넘게 아침마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고, 최근에서야 병원을 찾았더니 신장에 염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으셨다는 겁니다. 투석 가능성까지 언급됐다는 말에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거든요.신장염의 초기 증상과 위험 신호, 왜 이렇게 늦게 발견될까?신장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침묵의 장기란, 기능의 절반 이상이 손상될 때까지도 뚜렷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집사님 경우도 딱 그랬습니다. 6개월 동..
아버지가 62세에 쓰러지셨고, 형님이 55세에 쓰러지셨습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입니다. 뇌졸중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 이야기였기에, 저는 40대부터 혈압계를 곁에 두고 살았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뇌혈관 질환을 겪은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이 남다르게 읽히실 겁니다.뇌졸증 골든타임, 그 몇 분이 평생을 바꿉니다형님이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공직에 계시다가 55세에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있어 빠르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형님은 완치에 가까운 회복을 하셨는데,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늦었어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제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
유방암은 여성 암 발생률 1위임에도 초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0%를 넘습니다. 그 높은 수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잘 낫는 암이잖아"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방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2년 아내의 유방암 진단부터 2015년 소천까지 3년을 아산병원에서 함께 싸우면서, 그 90%라는 숫자가 얼마나 냉혹한 통계인지 온몸으로 배웠습니다.유방암 조기발견 — 아무것도 안 느껴질 때가 가장 무서운 순간입니다혹시 이런 적 없으셨습니까? 가슴 어딘가가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드는데, "설마 별거겠어" 하고 그냥 넘기는 순간 말입니다. 저도 그랬고, 아내도 그랬습니다.유방암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초기에 거의 아무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2012년 아내가 처음 발견했을 때 크기는 1.5cm..
솔직히 저는 협심증이 이렇게 빠른 병인지 몰랐습니다. 36살 그해, 서해안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던 친구가 채 20분도 되지 않아 제 눈앞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소 약을 먹으며 관리하던 친구였는데, 그날은 사흘째 약을 거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협심증은 증상이 없을 때 가장 위험하고, 우리가 비로소 알아챌 때는 이미 치명적인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친구의 죽음 — 협심증이 제게 남긴 것그날 대산항 방파제는 날씨도 좋고 물도 잔잔했습니다. 친구 넷이서 낚싯대를 드리운 지 한 시간쯤 됐을까, 한 친구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구급차 불러"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처음엔 체한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곧 바닥에 쓰러졌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의식이 없었습니다. 서산의..
40대 중반의 나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 손이 떨렸습니다. 집안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한 줄이 단순한 숫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지혈증은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혈관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질환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식단과 운동, 약물 복용을 함께 시작했고, 지금 60대 초반까지 큰 이상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고지혈증의 위험성: 혈관이 망가지는 과정솔직히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수치가 좀 높은 거지, 별거 있겠어"라고 가볍게 넘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설명해 준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죽상경화증이란 혈중에 넘치는 지방 성분이 혈관 벽에 쌓이고 굳어져 혈관이 점점 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