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0대 중반의 나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 손이 떨렸습니다. 집안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이 두 명이나 있었으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한 줄이 단순한 숫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지혈증은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혈관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질환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식단과 운동, 약물 복용을 함께 시작했고, 지금 60대 초반까지 큰 이상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고지혈증의 위험성: 혈관이 망가지는 과정

 

솔직히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수치가 좀 높은 거지, 별거 있겠어"라고 가볍게 넘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설명해 준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죽상경화증이란 혈중에 넘치는 지방 성분이 혈관 벽에 쌓이고 굳어져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결국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이 심근경색, 뇌경색, 즉 뇌졸중의 직접적인 경로입니다. 아버지와 큰 형님이 바로 그 경로로 쓰러지셨기에, 이건 제게 교과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고지혈증의 핵심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입니다. LDL 콜레스테롤이란 혈관 벽에 달라붙어 플라크를 형성하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죽상경화증 위험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의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회수하는 역할을 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립니다. 중성지방(Triglyceride) 수치도 중요한데, 이 수치가 500mg/dL 이상으로 치솟으면 급성 췌장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말초혈관 질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면 걸을 때마다 통증이 생기는데, 이 단계가 되면 이미 전신 혈관 상태가 상당히 나빠진 신호입니다. 제 경우엔 다행히 그 전에 수치를 잡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분이라면 진단 결과를 절대 가볍게 보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LDL 콜레스테롤 상승 → 혈관 벽 플라크 축적 → 죽상경화증 진행
● 심장 혈관 협착 → 협심증, 심근경색(돌연사 위험)
●  뇌혈관 폐색·파열 → 뇌경색, 뇌출혈(마비·언어장애 후유증)
● 중성지방 500mg/dL 초과 → 급성 췌장염 위험(출처: 약학정보원)

 

요약: 고지혈증은 증상 없이 진행되다 죽상경화증을 거쳐 심근경색·뇌졸중·췌장염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혈관 질환이다.

 

식이요법과 생활관리: 숫자가 실제로 바뀐 방법

진단 직후 의사가 처방한 것은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이었습니다. 스타틴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경로를 차단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1차 치료제입니다. 제가 직접 복용해보니 수치 자체는 약물이 잡아주었지만, 생활습관을 함께 바꾸지 않으면 약 용량을 계속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몇 년 지나면서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물과 식단, 운동 세 가지를 동시에 굴리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식단 쪽에서 가장 효과를 크게 본 것은 포화지방 차단이었습니다. 삼겹살, 소시지, 버터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생산을 직접 촉진합니다. 트랜스지방은 더 나쁜데, LDL은 올리고 HDL은 낮추는 이중 타격을 줍니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이 들어간 과자, 패스트푸드가 여기 해당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만 줄여도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되었습니다. 대신 저는 고등어와 꽁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주 3회 이상 챙겨 먹었습니다. 이 생선들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용성 식이섬유도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란 장 안에서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여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섬유질인데, 귀리(오트밀), 사과, 대두, 양배추에 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흰 쌀밥 위주의 식사를 잡곡밥으로 바꾸고, 아침에 오트밀을 먹기 시작한 것이 제 식단 개선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순당과 정제 탄수화물, 즉 빵·떡·가공음료 같은 것들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에 콜레스테롤만큼이나 주의해야 합니다.

운동은 아내가 없었으면 솔직히 지속하지 못했을 겁니다. 피곤한 날 쉬려 하면 어김없이 밖으로 이끌고 나가는 아내 덕분에 주 5회 이상 30분 속보를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여주는데, 남성 90cm, 여성 85cm 미만을 유지하는 것이 중성지방 관리에 직접 연결됩니다. 금연과 절주도 빠질 수 없습니다. 니코틴은 H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알코올은 간에서 중성지방 합성을 촉진합니다. 에제티미브(Ezetimibe)를 스타틴과 병용하는 것도 의사와 상의해 볼 만한 선택지인데, 에제티미브란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 자체를 막는 약물로, 스타틴만으로 수치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때 병용해 효과를 높입니다.

 

피해야 할 음식 vs. 챙겨야 할 음식

제가 직접 식단을 바꾸면서 정리한 기준을 간단히 나누면 이렇습니다. 삼겹살·가공육·버터·팜유(라면, 믹스커피)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것, 마가린·튀김·시판 쿠키처럼 트랜스지방이 든 것, 그리고 설탕·흰빵·떡·가공음료처럼 정제 탄수화물이 높은 것은 가능한 한 멀리했습니다. 반대로 등 푸른 생선, 두부와 콩류, 아몬드·호두 같은 견과류, 귀리·사과·양배추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 식품, 미역·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꾸준히 챙겼습니다. 해조류에 들어 있는 알긴산은 장에서 지질 흡수를 억제하고 배출을 돕습니다.

 

요약: 스타틴 약물 복용, 포화지방·트랜스지방·정제 탄수화물 차단, 등푸른 생선과 식이섬유 강화, 주 5회 유산소 운동이 실제로 수치를 안정시킨 조합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지혈증 진단받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치가 경계선 수준이고 심뇌혈관 위험 요인이 적다면 3~6개월 생활습관 개선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크게 높은 경우,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스타틴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표준 지침입니다. 저처럼 가족력이 뚜렷하다면 의사와 솔직하게 상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Q. 스타틴 부작용이 걱정되는데 오래 먹어도 괜찮나요?

 

A. 스타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근육통(근육병증)과 간 수치 상승인데, 실제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낮은 편입니다. 제 경우 20년 가까이 복용하면서 큰 문제를 겪지 않았지만, 개인 차이가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와 근육 효소(CK)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수치가 급반등 하는 경우가 많으니, 불편함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 용량 조절이나 약제 변경을 논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콜레스테롤 낮추는 데 운동이 정말 효과가 있나요?

 

A. 유산소 운동은 직접적으로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데이터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자체는 운동보다 식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지만,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이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개선됩니다. 저는 주 5회 30분 속보를 꾸준히 한 결과, 수치 개선보다도 심리적 안정감이 먼저 왔고 그것이 다른 습관들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Q. 오징어나 계란 노른자는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A. 최신 지질 지침에서는 식이 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 제한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징어나 계란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함량은 높지만 포화지방은 많지 않아 완전히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현재의 중론입니다. 다만 이미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식이 콜레스테롤을 하루 300m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므로, 매일 대량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론

건강할 때는 정말 건강의 무게를 모릅니다. 제가 40대 중반에 고지혈증 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다른 경로를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매년 건강검진 결과를 그냥 서랍에 넣어두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수치 하나가 생활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실제로 저는 그 계기 덕분에 60대 초반인 지금도 또래보다 훨씬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지혈증 관리의 핵심은 스타틴 같은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입니다. 포화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등푸른 생선과 수용성 식이섬유를 늘리며, 주 4~5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한 가지만 잘해서는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검진 결과를 받으셨다면 한 번쯤 의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 / 나카무라 테이지 지음, 주성윤 옮김, 『식사로 병을 고치는 책』, 일원서각, 1993 / 송숙자, 최선혜 지음,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시조사, 2011 / 김우진, 조갑제 지음, 『병을 고치는 음식 이야기』, 동아시아,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