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0여 년 전 회식 자리에서 동료가 "저는 통풍이 있어서 고기를 조심해야 해요"라고 했을 때, 솔직히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3년 뒤, 제가 그 말의 무게를 직접 발목으로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이름처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충분히 잠재울 수 있는 질환입니다. 7년간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해 봤습니다.

방치하면 관절이 망가진다 — 통풍의 실체
처음 발목이 뻐근할 때, 저는 그냥 어디선가 접질렸겠거니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다음 날 아침 통증은 오히려 두 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정형외과를 찾아가 "아무 이유 없이 발목과 발등이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의사는 잠깐 살펴보고는 바로 통풍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통풍의 원인은 혈중 요산(Uric Acid)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태, 즉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에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이란 혈액 속 요산 수치가 정상 범위(보통 7.0 mg/dL 이하)를 초과하여 지속되는 대사 이상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관절 안에서 요산염 결정(MSU Crystal)이 형성되는데, 요산염 결정이란 뾰족한 바늘 모양의 미세 결정으로 면역세포가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극렬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며칠 지나면 사라지니까 다 나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넘겼다가 두세 달 간격으로 발작이 되풀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방치하면 관절 주변에 통풍결절(Tophi)이 형성됩니다. 통풍결절이란 요산 결정이 피부 아래와 관절 주변에 덩어리째 쌓인 것으로, 연골과 뼈를 서서히 파괴해 관절을 영구적으로 변형시킵니다. 담당 의사가 하루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손가락 마디가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게 진짜 경각심의 계기가 됐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절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체내 요산의 약 70%는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데, 요산 수치가 오래 높으면 신장 조직에도 결정이 쌓여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National Kidney Foundation). 또한 고요산혈증은 혈관 벽을 만성적으로 손상시켜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 함께 높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관절 질환이 아닌 전신 대사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 급성 발작기: 요산염 결정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극심한 염증과 통증 유발
● 만성 결절성 단계: 통풍결절 형성으로 관절 연골·뼈 파괴, 영구 변형 위험
● 전신 합병증: 요로결석, 만성 신부전, 심뇌혈관 질환으로 진행 가능
● 대사증후군 동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깊이 연관된 복합 대사 질환
요약: 통풍은 고요산혈증이 만든 요산염 결정이 관절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관절 변형을 넘어 신장 손상과 심뇌혈관 질환까지 이어진다.
7년째 재발 없는 이유 — 요산 관리와 식단 개선
통증이 사라지고 나면 사람은 쉽게 잊습니다. 저도 처음 두어 해는 그랬습니다. 주사 맞고 약 받아오면 한동안은 멀쩡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의사가 보여준 변형된 관절 사진 이후로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요산 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식단까지 손봤는데, 그 결과가 지금 7년 연속 재발 없음입니다.
약물 치료 측면에서 통증이 완전히 가라앉은 뒤에는 알로푸리놀(Allopurinol)이나 페북소스탓(Febuxostat) 같은 요산저하제를 사용합니다. 알로푸리놀과 페북소스탓은 체내에서 퓨린(Purine)을 요산으로 전환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혈중 요산 농도 자체를 낮추는 근본 치료제입니다. 퓨린이란 세포 핵산의 구성 성분으로, 음식을 통해 섭취되거나 체내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어 결국 요산으로 분해됩니다. 목표 수치는 6.0 mg/dL 이하이며, 결절이 있는 경우 5.0 mg/dL 이하로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대한류머티즘학회는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류머티즘학회). 증상이 없다고 약을 끊으면 요산이 다시 쌓이므로, 고혈압 약처럼 장기 복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식단 개선은 생각보다 더 효과가 컸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만 줄이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붉은 고기와 내장류는 물론,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은 데다 신장의 요산 배출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끊었습니다. 고등어, 정어리, 멸치처럼 퓨린 함량이 높은 등푸른생선과 조개류도 발작기에는 피했습니다. 곰탕이나 설렁탕 같은 진한 육수도 조심했는데, 고기를 오래 끓이면 수용성 퓨린이 국물에 대거 녹아 나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적극적으로 늘린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물 섭취는 소변량을 늘려 요산 배출을 도왔고, 저지방 우유와 요거트에 들어있는 카제인·락트알부민 성분은 신장의 요산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저도 꾸준히 챙겼습니다. 단백질은 붉은 고기 대신 계란, 두부, 콩류로 대체했습니다. 식물성 퓨린은 동물성 퓨린과 달리 혈중 요산 수치를 크게 올리지 않는다는 점도 저한테는 꽤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운동입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요산 배출과 체중 관리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줬고, 지금은 통풍 이전보다 오히려 체력이 더 좋아진 상태입니다.
요약: 요산저하제의 장기 복용과 퓨린 섭취 제한, 충분한 수분·운동의 병행이 재발 없는 통풍 관리의 실질적인 조합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풍 발작이 가라앉으면 약을 끊어도 되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통증이 없어지면 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제 경험상 이게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통증이 사라졌다는 건 염증이 가라앉은 것일 뿐,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화된 것이 아닙니다. 알로푸리놀 같은 요산저하제는 혈중 요산 농도를 6.0 mg/dL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지속 복용해야 하며, 임의로 끊으면 요산이 다시 쌓여 재발로 이어집니다.
Q. 통풍에 맥주가 특히 안 좋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알코올 자체가 신장의 요산 배출을 억제하는데, 맥주는 거기다 퓨린 함량까지 높아 이중으로 요산 수치를 끌어올립니다. 소주나 와인도 요산 배출 억제 효과는 마찬가지이므로, 통풍 관리 중에는 주류 전반을 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입니다.
Q. 두부나 콩도 퓨린이 많다던데 먹으면 안 되나요?
A. 두부와 콩류에 퓨린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식물성 퓨린은 동물성 퓨린과 달리 혈중 요산 수치를 의미 있게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중론입니다. 저도 처음엔 콩류를 피했다가, 오히려 단백질원으로 적극 활용한 뒤에 요산 수치 관리가 더 잘됐습니다. 붉은 고기를 줄이고 두부·콩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향이 훨씬 현명합니다.
Q. 물을 많이 마시면 정말 요산 수치가 내려가나요?
A. 수분 섭취가 요산 수치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낮춰주는 건 아니지만, 소변량을 늘려 체외 요산 배출을 원활하게 하고 요로결석 형성을 예방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하루 2리터 이상을 꾸준히 마시는 것을 7년째 지키고 있고, 그게 전반적인 관리에 작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느낍니다.
결론
예로부터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어떤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통풍을 7년간 관리해 오면서 그 말을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체질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불평하기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기회로 삼아 먹는 것부터 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풍은 유전적 내력을 타는 경우가 많아 가족 모두가 식습관을 함께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약물 치료와 식단 개선, 그리고 꾸준한 운동을 함께 이어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아직 통풍 발작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고요산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지금 당장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관절 변형 사진을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참고: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 / 나카무라 테이지 지음, 주성윤 옮김, 『식사로 병을 고치는 책』, 일원서각, 1993 / 송숙자·최선혜 지음,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시조사, 2011 / 김우진·조갑제 지음, 『병을 고치는 음식 이야기』, 동아시아,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