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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염 (급성췌장염, 원인과치료, 식이관리)

baddugi 2026. 8. 17. 17:50

목차


    자정이 다 된 시각, 형수님한테 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형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으니 운전 좀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 저는 췌장이 어디 붙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날 밤이 지나고 나서야, 이 작은 장기가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얼마나 격렬하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췌장염

    급성췌장염, 그날 밤 응급실에서 처음 들은 이름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형님의 얼굴은 창백했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자세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췌장염의 상복부 통증은 누우면 더 심해지고, 몸을 앞으로 굽히면 조금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의사가 형님의 배를 살짝 누르는 것만으로도 형님은 신음을 냈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극심한 통증인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느껴졌습니다.

     

    당직 의사는 혈액 검사를 바로 지시했고, 다음 날 결과를 보고 급성 췌장염이 확진되었습니다. 혈청 아밀라아제(Amylase)와 리파아제(Lipase) 수치가 기준치의 3배 이상으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란 췌장이 음식물 소화를 위해 분비하는 효소인데,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이 효소들이 혈액 속으로 대량 누출되어 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이 수치 하나가 진단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원인은 형님 스스로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회식이 잦고, 기름진 안주를 곁들인 술자리가 잦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급성 췌장염의 원인 중 70~80%는 담석과 과음이 차지합니다. 담석이 담관을 막으면 췌액(췌장이 분비하는 소화액) 배출이 차단되면서 췌장이 자기 자신을 소화하기 시작하는 자가소화(Self-digestion)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게 바로 췌장염입니다. 효소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장소를 벗어나 엉뚱하게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인데, 생각해 보면 굉장히 아이러니한 기전입니다.

     

    치료는 7일 입원, 7일 통원으로 총 2주가 걸렸습니다. 입원 초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금식(NPO) 상태에서 수액만 맞았습니다. 여기서 NPO란 'Nil Per Os', 즉 '입으로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는 뜻으로, 췌장에 자극을 주지 않고 완전히 쉬게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염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다소 고통스럽고 긴 과정이었습니다. 형님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가 아픈 건 살면서 처음이야." 제가 직접 겪은 게 아닌데도 그 말이 아직까지 귀에 남아 있습니다.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 담석(담관 폐쇄), 과음 — 전체의 70~80% 차지
    핵심 진단 지표: 혈청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가 정상의 3배 이상 상승 여부
    초기 치료 원칙: 금식(NPO) + 수액 투여 + 진통제로 췌장을 완전 휴식 상태로 유지
    원인이 담석인 경우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같은 원인 제거 시술 병행

     

    요약: 급성 췌장염은 자가소화라는 기전으로 발생하며, 아밀라아제·리파아제 수치 급등이 진단의 핵심이고 초기 치료는 철저한 금식과 수액이 전부입니다.

    췌장염 치료보다 더 어려운 것, 식이관리와 생활 습관

    형님이 퇴원할 때 의사가 강조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금주, 금연, 저지방 식이. 형수님은 꼭 지키겠다고 대신 다짐하셨고, 형님도 "노력해볼게"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형님 옆에 계시던 의사가 그 "노력"이라는 단어에 반응했습니다. 잘못하면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지고, 그다음은 췌장암 위험까지 높아진다는 말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형님은 형수님 눈을 피해 술 한두 잔을 챙겨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게 제일 걱정이 됩니다.

     

    만성 췌장염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통증이 반복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지방변(기름지고 악취가 강한 변)이 생기고, 영양 흡수가 제대로 안 됩니다. 여기서 외분비 기능이란 소화를 돕는 효소를 소화관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말합니다. 이 기능이 망가지면 먹어도 몸에 흡수가 안 되니 체중이 줄고 영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동시에 인슐린을 만드는 내분비 기능도 손상되어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만성 췌장염 원인의 약 60%는 장기간의 과음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형님 상황과 딱 맞아떨어져서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식이관리 측면에서 제가 찾아본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저지방 식이와 소식입니다. 두부나 흰살 생선처럼 지방 함량이 적은 고단백 식품이 권장되고, 브로콜리나 양배추 같은 익힌 채소, 소화 부담이 적은 죽류가 적합합니다. 반면 삼겹살이나 튀김, 버터, 치즈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췌액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해서 염증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과식과 야식도 마찬가지 이유로 금물입니다.

     

    사실 저도 50이 넘기 전까지는 췌장이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고 주변에서 입원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서 비로소 장기의 이름과 기능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의학 지식은 아프기 전에 얻는 것과 아픈 뒤에 얻는 것이 체감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의사가 매번 강조하는 것들, 과음하지 말고, 담배 끊고, 기름진 음식 줄이라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게 결국 내 주변이 무너지고 나서라는 게 씁쓸하기도 합니다.

    췌장에 부담을 줄이는 식품 구분

    권장 식품: 두부, 흰살 생선, 닭 가슴살 등 저지방 고단백 식품 / 익힌 채소(브로콜리, 양배추) / 죽·부드러운 곡류 / 블루베리·토마토 같은 항산화 식품
    피해야 할 식품: 삼겹살, 튀김류, 버터, 치즈, 패스트푸드 등 고지방 식품 / 매운 음식, 탄산음료 / 과도한 정제당이 들어간 음식
    절대 금기: 알코올(췌장 세포를 직접 파괴) / 흡연(만성 췌장염 진행 및 췌장암 위험 상승) / 과식 및 야식

     

    요약: 식이관리의 핵심은 저지방 소식이며, 금주·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급성 췌장염은 한 번 걸리면 또 재발하나요?

     

    A.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과음이 원인이었는데 퇴원 후에도 음주를 지속하면 재발을 거쳐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대한췌장담도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원인 교정이 재발 방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Q. 췌장염 증상인데 그냥 소화불량이랑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일반 소화불량과 달리 췌장염의 통증은 명치나 좌상복부에서 시작해 등이나 어깨 쪽으로 방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몸을 웅크렸을 때 통증이 조금 줄어든다면 더욱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이 극심하거나 오심·구토가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Q. 급성 췌장염 치료 중 식사는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A. 초기에는 금식(NPO) 상태를 유지하며 수액으로만 버팁니다. 염증 수치와 통증이 안정된 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유동식부터 단계적으로 식사를 재개합니다. 입원 기간 중 임의로 음식을 먹으면 췌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만성 췌장염이 되면 당뇨도 생기나요?

     

    A. 그렇습니다. 만성 췌장염이 진행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이 함께 손상되어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인슐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일반 당뇨와는 다소 다른 경과를 보이므로 전문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췌장염 환자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나요?

     

    A. 알코올은 췌장 세포를 직접 파괴하기 때문에 종류와 양에 상관없이 금주가 원칙입니다. 고지방 식품(삼겹살, 튀김, 버터 등)도 췌액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회복기라도 과식이나 야식은 재발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소식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그날 밤 응급실 경험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직도 췌장이라는 단어를 흘려들었을 것입니다. 제 경험상 건강에 대한 지식은 아프고 나서야 진짜 무게로 다가옵니다. 형님 덕분에 저도 억지로 공부하게 된 셈인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췌장이 이렇게 조용히 있다가 이렇게 극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의사가 강조한 금주, 금연, 저지방 식이는 특별한 처방이 아닙니다. 꼭 먹어야 사는 것도 아닌 것들을 줄이는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도 형님을 보면서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형님이 부디 이 글 어딘가에서라도 한 번 더 마음을 잡았으면 합니다. 췌장암으로 가는 길에 만성 췌장염이라는 경유지가 있다는 것, 그 경유지는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고:

    서울대학교병원 N의학정보 http://www.snuh.org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

    대한췌장담도학회 http://www.kpb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