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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래층 집사님 아들이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그냥 취업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게 단순한 의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조울증(양극성 장애)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기분이 극단적으로 오르내리는 질환입니다. 그 아들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기분이 UP·DOWN이 되는데 미치겠다"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글은 의학 정보만 나열하는 글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걸으면서 확인한 것들을 적었습니다.

조울증 증상 — 의지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엔 저도 그 아들이 취업이 안 되니 예민해진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을 오가며 2년 넘게 반갑게 인사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눈도 안 마주치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겨우 "네" 한 마디만 하길래, 집사님께 슬쩍 여쭤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조울증(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은 기분이 극단적인 두 상태를 오가는 정신질환입니다. 여기서 양극성이란,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조증(Mania)' 상태와 깊이 가라앉는 '우울증(Depression)' 상태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한쪽에 머무는 게 아니라 양 극단을 오가기 때문에 당사자도 주변 사람도 패턴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아들은 조증 상태일 때 코인 선물 투자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카드 빚은 물론 친구, 친척에게까지 돈을 빌려 매매를 했고,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밥도 빵으로 때우며 잠도 자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오를 땐 폭발적으로 기뻐하고, 청산을 당하면 격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증을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로 아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현장을 보면서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인식인지 실감했습니다. 조증 상태의 무모한 충동성은 당사자의 삶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울증 상태에선 무기력함과 절망감이 압도합니다. 집사님 댁에서 다투는 소리가 아래층에서 자주 들릴 무렵, 그 아들은 두 상태를 오가며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겁니다.
요약: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 상태를 번갈아 겪는 질환으로, 충동적 행동과 극심한 무기력이 번갈아 나타나며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다.
진단과 치료 — 약을 끊으면 안 되는 이유
집사님 말씀에 따르면 의사가 코인 선물 매매를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망하는 것 밖에 없으니 당장 그만두고 쉬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을 처방받아 왔다고 하셨습니다. 이 약이 바로 조울증 치료의 핵심인 기분조절제입니다.
기분조절제(Mood Stabilizer)란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안정시켜 조증과 우울증 삽화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약물군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리튬(Lithium)과 발프로산(Valproate) 계열이 사용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조울증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면담과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며, 갑상선 기능 검사 등 신체 질환을 배제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CBT)도 병행됩니다. 인지행동치료란 왜곡된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교정하는 심리치료 방식으로, 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상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IPSRT)도 쓰이는데, 이는 수면·식사·활동 같은 일상의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기분 삽화의 재발을 줄이는 치료법입니다.
한 가지, 제가 옆에서 지켜보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전문의 상담 없이 약을 임의로 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 아들도 약을 먹고 나아진 뒤에 "이제 됐다"며 스스로 줄이려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저는 "의사한테 먼저 물어보고 결정하자"라고 말했습니다. 복약 순응도, 즉 처방대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요약: 조울증 치료의 핵심은 기분조절제 복용이며, 증상이 호전돼도 전문의 상담 없이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재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조울증의 일상 관리 — 불광천을 함께 걸었던 2달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퇴근 후 불광천을 6km씩 매일 걷거나 뛰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코인 매매도 취업 공부도 일단 내려놓고 운동과 책 읽기, 영화 보기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단 뭔가를 비워야 채워질 것 같다는 직관이었습니다.
처음 2주 정도 함께 걸었을 때, 그 아들이 먼저 말했습니다. "정신이 좀 맑아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고요. 그리고 "내가 이제까지 미친 짓을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뭔가 뭉클한 게 있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 제가 함께 걸었던 이유를 다 설명해 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운동이 기분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저는 이 경험을 통해 그게 조울증처럼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한 상태에서도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옆에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2달쯤 지났을 때 그 아들은 일주일에 2번 만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이제 혼자서도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대기업이 아니어도 괜찮다며 취업해서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수면 패턴 유지가 생체 리듬을 안정시켜 재발률을 낮춘다는 것은 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운동이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제 경험상 이 연결고리가 실제로 작동했다고 봅니다. 일상 관리의 핵심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자고, 몸을 쓰고, 화면에서 눈을 떼는 것이었습니다.
요약: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패턴 유지는 기분 삽화 재발을 줄이는 핵심 생활 관리법으로, 제 경험상 2주만에도 당사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도움이 되는 음식과 주의사항
음식이 조울증을 낫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다만 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돕는 식단은 약물 치료와 운동을 받쳐주는 토대가 됩니다. 그 아들이 조증 상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빵으로만 끼니를 때웠던 것을 생각하면, 식습관 자체를 회복하는 것도 치료의 일부였습니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진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등푸른 생선(연어, 고등어, 삼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세포 신경 전달을 돕고 뇌 염증 완화에 기여합니다.
● 견과류(호두, 아몬드, 아마씨 등): 불포화지방산과 마그네슘이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마그네슘은 신경계 흥분을 억제하는 미네랄입니다.
● 신선한 채소 및 통곡물: 비타민 B군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뇌 축(Gut-Brain Axis) 안정에 기여합니다. 장-뇌 축이란 장과 뇌가 신경 및 면역 경로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반면 주의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리튬을 복용 중이라면 염분과 수분 섭취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극단적인 저염식이나 갑작스러운 염분 섭취 변화는 체내 리튬 농도를 흔들어 약효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카페인과 고지방·고당분 가공식품도 기분 안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절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식단보다 먼저 해결해야 했던 건 "먹는 행위 자체를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규칙적으로 앉아서 밥을 먹는 것,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요약: 등푸른 생선, 견과류, 통곡물은 뇌신경전달 기능을 돕는 식품이며, 리튬 복용 중엔 염분·수분 섭취를 급격히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울증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정신력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조울증은 도파민·세로토닌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신경학적 질환입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그 아들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분이 오르내린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의지만으로 조절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당사자를 더 지치게 만들 수 있어, 전문의 진단과 약물 치료가 우선입니다.
Q. 증상이 좋아지면 약을 끊어도 되나요?
A. 이게 가장 위험한 오해입니다. 기분조절제는 증상이 나아진 뒤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의 상담 없이 임의로 복약을 중단하면 조증 또는 우울증 삽화가 빠르게 재발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운동이 조울증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제가 직접 함께 걸어봤는데, 2주 만에 당사자가 먼저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생체 리듬을 안정시켜 기분 삽화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운동은 약물 치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임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Q. 조울증 환자 가족이나 주변인은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틀렸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함께 뭔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설교보다 같이 걷기, 충고보다 맛있는 것 같이 먹기. 당사자가 전문의를 꾸준히 만나도록 곁에서 독려하고, 규칙적인 일상 리듬을 유지하도록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도움입니다.
결론
그 아들은 지금 이전의 쾌활함을 거의 다 되찾았습니다. 대기업 간판 대신 자기 속도에 맞는 직장을 택했고, 만나면 예전처럼 반갑게 인사합니다. 제가 특별한 무언가를 한 게 아닙니다. 그냥 같이 걷고, 밥 먹고, 병원은 꼭 가자고 말했을 뿐입니다.
조울증은 완치보다 관리가 맞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기분조절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수면 리듬을 지키고, 카페인과 알코올을 줄이고, 몸을 규칙적으로 쓰는 것. 이 네 가지가 쌓이면 삶이 달라집니다. 만약 주변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이 있다면,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 첫 발걸음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꿉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양극성 장애 정보) https://health.kdca.go.k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조울증/양극성 장애) http://www.snuh.org/health/nMedInfo/nList.do
국립정신건강센터 http://www.ncmh.go.kr
김우진·조갑제 지음, 『병을 고치는 음식 이야기』, 동아시아, 2001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국립정신건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