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날, 솔직히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일상이 불편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담당 의사가 "지금 혈관은 이미 손상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위협입니다. 이 글은 약물과 식단, 두 가지 축으로 고혈압을 관리해 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이 실제로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가며 써 내려갑니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니 식단관리가 달라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식단관리는 본인 의지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 혼자 싱겁게 먹겠다고 결심해봐야, 식탁에 짭조름한 반찬이 올라오면 그 결심은 하루도 안 가 흔들렸습니다. 반면 가족 전체가 "우리 집은 이렇게 먹는다"는 기준을 공유하고 나서부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장바구니였습니다.

젓갈, 자반생선, 햄, 소시지, 인스턴트 라면은 시장에서부터 아예 집어 들지 않습니다. 집에 없으면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대신 바나나, 시금치, 브로콜리, 고구마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재료를 챙기고, 고등어나 연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주 2회 이상 식탁에 올립니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짜게 먹은 날 바나나 한 개가 어느 정도 완충제 역할을 해준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견과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직접 조리해서 먹기 번거롭다는 특성상, 호두와 아몬드를 작은 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항상 올려두었습니다. 지나가다가 한 줌씩 집어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섭취량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권장하는 DASH 식단(출처: NIH 국립심폐혈액연구소)도 이처럼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마그네슘·식이섬유를 늘리는 방향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데, 저희 집 식탁은 어느새 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어 있었습니다.

DASH 식단(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이란, 고혈압 억제를 위해 설계된 식사 패턴으로, 가공식품과 포화지방을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단백질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기존 식재료의 구성 비율을 바꾸는 것이어서, 가족 단위로 실천하기에도 현실적입니다.

60대인 저와 80대 부모님이 함께 이 방식을 따른 지 꽤 됐습니다. 처음에는 싱겁다고 하시던 부모님도 지금은 오히려 외식할 때 "너무 짜다"고 먼저 말씀하십니다. 가족 모두가 고혈압 관리에 경각심을 갖게 된 것, 저는 이 변화가 어떤 단일 식품 하나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칼륨이 풍부한 식품(바나나, 시금치, 고구마)으로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등푸른생선(고등어, 연어)의 오메가-3 지방산은 혈관 건강에 직접 기여한다
견과류(호두, 아몬드)는 식탁 위에 상시 배치해 자연스럽게 섭취량을 확보한다
젓갈·햄·인스턴트식품은 장보기 단계에서부터 차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귀리·현미·잡곡밥의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요약: 고혈압 식단관리는 개인 의지보다 가족이 함께 장바구니부터 바꾸는 것이 훨씬 오래 지속됩니다.

 

복약루틴을 만들기 전까지는 약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혈압약을 처방받고 나서 한동안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은 약 자체가 아니라 "오늘 약 먹었나?"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다고 정해놨는데, 어느 날은 분명히 손에 집었던 것 같은데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겁니다. 이게 예상 밖으로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있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으면 그날 바로 약 봉투 하나하나에 날짜를 직접 적어두는 겁니다. 복용일이 인쇄된 봉투를 보면 오늘 치를 뜯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루틴 하나가 누락 없이 혈압약을 복용하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정상으로 내려오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담당 의사에게 직접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약은 증상이 없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항고혈압제(Antihypertensive drug)란 혈관을 이완시키거나 심박출량을 조절하여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을 안전한 범위로 유지시키는 약물을 뜻합니다. 즉, 혈압이 낮아진 것은 약이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병이 나은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또 다른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축기 혈압(Systolic blood pressure)이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 벽이 받는 압력을 말하며,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은 심장이 다음 박동을 준비하며 쉬는 사이의 압력을 뜻합니다. 정상 혈압 기준은 120/80mmHg 미만이며, 140/90mmHg 이상이면 1단계 고혈압으로 분류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혈압 구분 수축기 혈압 (최고) 이완기 혈압 (최저) 비고
정상 혈압 120 mmHg 미만 80 mmHg 미만 가장 이상적인 상태
주의 혈압 120~129 mmHg 80 mmHg 미만 식습관 및 생활관리 필요
고혈압 전단계 130~139 mmHg 80~89 mmHg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 권장
1단계 고혈압 140~159 mmHg 90~99 mmHg 약물 치료 검토 및 관리
2단계 고혈압 160 mmHg 이상 100 mmHg 이상 즉각적인 약물 치료 필요

 

잠들기 전 측정값이 기준보다 높은 날에는 그날 먹은 것과 활동량을 되짚어봅니다. 외식을 했거나 걷지 못한 날이면 어김없이 수치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 작은 점검 습관이 제가 식단과 운동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 실질적인 동기였습니다. 루틴이 없으면 관리도 없다는 것, 제 경험상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요약: 복약루틴(약봉투 날짜 기록)과 취침 전 혈압 측정을 습관화하면, 고혈압 관리는 의지보다 시스템의 문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혈압약을 끊어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수치가 정상이 되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이건 위험한 판단입니다. 혈압이 안정된 것은 항고혈압제가 혈압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며,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의 용량 조절이나 중단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Q. 고혈압에 가족력이 있으면 자녀도 고혈압이 생기나요?

A. 고혈압은 단일 유전자 질환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가족 중 여러 명이 혈압을 관리하고 있어 이 부분을 실감합니다. 다만 생활습관 개선으로 상당 부분 예방하거나 발현 시기를 늦출 수 있으므로, 가족 모두가 함께 식단과 운동 습관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Q. DASH 식단,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너무 복잡하지 않나요?

A. DASH 식단이라고 하면 복잡한 식이요법처럼 들리지만, 제가 직접 써봤는데 핵심은 단순합니다. 짠 음식을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특별한 재료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 볼 때 젓갈이나 햄 대신 시금치나 고등어를 집어 드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가족이 함께 하면 부담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Q. 혈압약을 매일 먹었는지 헷갈릴 때 어떻게 관리하나요?

A. 저도 이 문제로 꽤 오래 불안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고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약국에서 조제받은 약 봉투에 바로 날짜를 적어두는 것입니다. 오늘 날짜가 적힌 봉투가 뜯겼는지 안 뜯겼는지만 보면 되니까, 기억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별도의 앱이나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Q. 고혈압인데 운동은 꼭 해야 하나요? 어떤 운동이 좋나요?

A. 운동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격렬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하루 40분 정도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체중이 줄고 혈압이 안정되는 것을 직접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도보다 꾸준함이며, 처음에는 20분부터 시작해 점차 늘리는 방식이 무리 없이 지속 가능합니다.

 

결론

고혈압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특별한 날 한 번 잘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날 매일 반복하는 것입니다. 약봉투에 날짜를 쓰는 것도, 젓갈 대신 시금치를 집어 드는 것도, 잠들기 전 혈압계를 꺼내 드는 것도 그 자체는 작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것들이 루틴이 되고, 가족이 함께하면 지속이 됩니다.

저는 60대인 저와 80대 부모님 모두 이 방식으로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에 머무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이 루틴을 만든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느낍니다. 증상이 없어 보여도 혈관은 매일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혈압을 한 번 측정해 보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출처: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 / 나카무라 테이지 지음, 주성윤 옮김, 『식사로 병을 고치는 책』, 일원서각, 1993 / 송숙자·최선혜 지음,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시조사, 2011 / 김우진·조갑제 지음, 『병을 고치는 음식 이야기』, 동아시아,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