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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낮, 햇빛 아래서 한두 시간쯤 움직이다 보면 머리가 묵직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겁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여름, 엄마를 따라 밭에 나가 고추를 따다가 그날 저녁 거의 혼수상태로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그게 일사병이었습니다. 열탈진(Heat Exhaustion)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더위가 아닙니다.

열탈진 증상 — 저는 이걸 몰라서 하루를 잃었습니다
그날 밭에서 돌아왔을 때 저는 그냥 피곤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부터 두통이 오더니 구역질이 났고, 결국 쓰러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형적인 열탈진(Heat Exhaustion) 증상이었습니다. 열탈진이란 고온 환경에서 땀을 과도하게 흘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전해질(Electrolyte)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해 나트륨·칼륨처럼 체액 속에 녹아 있어 신경과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미네랄 성분입니다. 이게 빠지면 혈액량이 줄고, 심장은 더 빠르게 뛰어야 하며, 체온 조절계 전체에 부담이 걸립니다. 그날 저는 그 과정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증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심한 발한(發汗)과 함께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는 현상 — 아직 땀샘은 작동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 극심한 피로, 무력감, 두통 — 저는 이 단계에서 "그냥 쉬면 낫겠지"라고 넘겼다가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 구토, 메스꺼움, 복통 — 수분 손실이 소화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 심부 체온이 37°C에서 40°C 사이로 상승 — 40°C를 넘으면 열사병(Heat Stroke)으로 진행될 수 있어 즉각적인 의료 처치가 필요합니다
● 일시적 실신 — 단, 의식이 완전히 없거나 경련이 동반되면 열사병으로 봐야 합니다
열사병(Heat Stroke)은 심부 체온이 40°C를 초과하고 중추신경계 이상, 즉 경련이나 의식 불명이 동반되는 응급 상태입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이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제가 쓰러진 날 저녁 거의 혼수상태에 가까웠다는 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열사병 경계선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단은 고온 노출 병력과 임상 증상을 기반으로 하며, 혈청 나트륨·칼륨·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 검사로 전해질 불균형 정도를 파악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당시 엄마는 병원도 없는 시골에서 밤새 미지근한 물로 몸을 식히고 계란을 넣은 미음을 먹이셨습니다. 의식이 없을 때 억지로 먹이지 말라는 게 지금의 지침이지만, 엄마는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드셨고, 결국 4일 만에 회복됐습니다. 아찔한 기억입니다.
요약: 일사병(열탈진)은 과도한 발한으로 전해질과 수분이 급감해 발생하며, 심부 체온 40°C 미만·의식 유지 여부가 열사병과의 핵심 구분 기준입니다.
일사병 응급처치와 예방수칙 — 군 간부 5년이 가르쳐 준 것
중학교 때의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간부로 입대한 뒤 여름 훈련이 시작되면 유독 신경이 쓰였습니다. 훈련소에서부터 일사병 예방수칙 교육은 제대로 받습니다. 정오의 직사광선 아래 훈련을 피하라, 소금과 함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라 — 누구나 아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상부에서 목표가 떨어지고 옆 부대와 경쟁이 붙으면, 그 수칙이 제일 먼저 무너집니다. 이건 안전수칙을 어기면 사고가 나는 현장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저는 그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부대에서는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부터 훈련 운용 방식을 바꿨습니다. 일반적으로 50분 훈련·10분 휴식이 통상적인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제 부대에서는 30분 훈련·10분 휴식으로 바꾸고, 정오에는 오침(낮잠 휴식)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늘어지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제 경험상 이게 훈련 효율을 오히려 높였습니다.
응급처치 원칙도 명확하게 숙지시켰습니다. 체온 냉각(Cooling)이 최우선입니다. 체온 냉각이란 과열된 신체의 심부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처치로, 시원한 그늘이나 에어컨 공간으로 이동한 뒤 꽉 끼는 옷을 벗기고 젖은 수건과 부채로 열을 발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다리를 머리보다 약간 높게 눕히면 혈액이 뇌로 원활하게 공급되어 쇼크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수분 보충, 뭘 어떻게 마셔야 하나
의식이 명확한 상태라면 이온음료처럼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천천히 마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물만 마시면 오히려 나트륨 농도가 더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소금을 소량 곁들이는 게 낫습니다. 제가 부대원들한테 항상 소금 캔디나 소금 봉지를 개인 장구에 챙기게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면 의식이 없거나 구토 증상이 있는 경우, 억지로 먹이는 건 기도 막힘 위험이 있어 절대 금물입니다. 이 경우엔 정맥 수액(생리식염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생리식염수(Normal Saline)란 체액과 삼투압이 유사하게 만들어진 0.9% 염화나트륨 용액으로, 빠르게 혈액량을 회복시켜 주는 의료용 수액입니다. 서늘한 곳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수분을 보충하면 대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상태가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더위에 좋다는 음식으로는 오이·토마토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 체내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녹두와 녹차, 수분과 전해질을 동시에 보충해 주는 수박 등이 있습니다. 오미자차의 신맛 성분은 생진거갈(生津去渴), 즉 진액을 생성해 갈증을 없애는 작용을 한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음식들이 완치제는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챙기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저는 5년간 맡은 부대에서 일사병으로 쓰러진 병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운이 좋기도 했겠지만,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요약: 일사병 응급처치의 핵심은 즉시 체온 냉각과 전해질 수분 보충이며, 훈련 강도 조절과 소금 섭취 같은 사전 예방이 가장 확실한 방어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사병이랑 열사병이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요?
A. 가장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심부 체온이 40°C를 넘는지, 그리고 경련이나 의식 불명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이 있는지입니다. 일사병은 이 두 가지가 없는 상태고, 열사병은 둘 다 동반됩니다. 일사병도 방치하면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절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Q. 일사병 걸렸을 때 물만 마셔도 되나요?
A. 물만 마시면 오히려 혈중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어 상태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온음료처럼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천천히 마시거나 소금을 소량 곁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의식이 없거나 구토가 있을 때는 억지로 마시게 하면 안 되고, 정맥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Q. 일사병이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시원한 환경에서 충분한 수분을 보충하면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상당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저처럼 처치가 늦어지거나 고온에 오래 노출된 경우에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빠르게 나아지지 않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Q. 일사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뭔가요?
A. 정오의 직사광선 아래 활동을 줄이고, 충분한 수분과 함께 소금을 보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일반적으로 "물만 많이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전해질 보충이 빠진 수분 섭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경험상 느꼈습니다. 훈련이나 야외 작업 중에는 활동 시간을 짧게 끊고 규칙적으로 쉬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결론
일사병(열탈진)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방심하는 질환입니다. 예방수칙이 교육되고 있어도 목표와 경쟁 앞에서 무너지는 걸 저는 군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교통법규를 알면서도 과속하다 사고가 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아, 그냥 더위 먹은 게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 줬으면 합니다. 이번 여름, 야외 활동 전에 전해질 음료와 소금을 미리 챙기시고, 정오 전후 1~2시간은 그늘에서 쉬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시길 권합니다.
참고:
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일사병)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medid=AA000792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온열질환)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3848
송숙자, 최선혜 지음,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시조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