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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석증을 오랫동안 '나이 드신 분들이 가끔 어지럽다는 병' 정도로 흘려들었습니다. 교회에서 60~70대 어르신들이 이석증 때문에 예배에도 못 나오신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서 '노인성 질환이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명 때문에 귀 전문 병원을 찾았다가,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이석증의 원인과 증상 — 병원에서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제가 목격한 장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보호자 팔에 기댄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구토 봉투를 손에 쥔 채 간신히 앉아 있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무슨 큰 사고라도 당한 줄 알았는데, 간호사가 "이석증 환자분"이라고 설명해 주는 순간 제 안의 편견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석증의 정식 명칭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낯설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귓속 내이(內耳)에 있는 난소랑(耳石囊)에 붙어 있어야 할 칼슘 결정체, 즉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반고리관이란 우리 몸이 머리의 회전과 자세 변화를 감지하는 기관인데, 이석이 그 안을 굴러다니면 뇌는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데도 "지금 엄청나게 돌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받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저도 간접으로나마 실감한 그 어지럼증입니다. 단순히 머리가 핑 도는 수준이 아닙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짧은 순간에 지구 전체가 돌아버리는 것 같은 회전성 현훈이 수 초에서 1분 내로 밀려옵니다. 이와 함께 심한 메스꺼움과 구토, 식은땀 같은 자율신경계 반응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성 어지럼이 지나간 뒤에도 머리가 무겁고 발을 내딛는 데 머뭇거리는 느낌이 한동안 남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세상이 도는 것 같다는 증언을 들었을 때, 저는 비로소 이 병이 얼마나 전신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이해했습니다.
이석이 이탈하는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머리에 받은 외상, 노화로 인한 골밀도 감소, 골다공증, 전정신경염(前庭神經炎, 전정 기관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 그리고 장기간 같은 자세로 누워 지내는 것도 유발 요인이 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그러니 노인성 질환이라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틀렸습니다. 제가 부끄러웠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습니다.
● 회전성 현훈: 머리 움직임 직후 수 초~1분 이내의 강렬한 회전감
● 자율신경계 반응: 메스꺼움, 구토, 식은땀이 어지럼과 함께 동반
● 잔여 불쾌감: 급성 증상 후에도 두통, 무거운 느낌, 보행 불안이 지속
● 주요 유발 요인: 외상, 노화, 골다공증, 전정신경염, 장기 와상 자세
요약: 이석증은 내이의 칼슘 결정체(이석)가 반고리관으로 이탈하면서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과 구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노인만의 병이 결코 아닙니다.
이석증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추천 음식 — 알고 나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이석증 환자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 저는 진단과 치료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의외로 진단 자체는 비교적 명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딕스-홀파이크 검사(Dix-Hallpike test)입니다. 환자의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기울여 인위적으로 어지럼을 유발하면서, 눈에 나타나는 특유의 안구 떨림인 안진(眼振, nystagmus)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눈이 이석의 움직임에 반응해 규칙적으로 떨리는데, 그 패턴만으로도 이석이 어느 반고리관에 들어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 정밀하게 확인할 때는 비디오 안진 검사(VOG, Video-oculography)를 사용합니다. 특수 고글을 통해 눈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분석해 이석이 후반고리관에 있는지, 측반고리관에 있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합니다. 이 위치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치료의 핵심은 약이 아닙니다. 이석정복술(耳石整復術), 흔히 에플리 물리치료법(Epley maneuver)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1차 치료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머리 위치를 단계적으로 바꾸면서 이탈한 이석을 원래 자리인 난소랑으로 되돌려 보내는 물리치료입니다. 한두 번의 시술만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은 이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메스꺼움이나 어지럼을 보조적으로 줄여주는 용도로만 씁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브란트-다로프 운동(Brandt-Daroff exercise)도 전정 재활에 도움이 됩니다.
생활 관리도 중요합니다. 자고 일어날 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지 않고, 머리에 과도한 충격이나 급격한 흔들림을 주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식습관 면에서는 이석을 구성하는 칼슘 대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연어, 고등어, 달걀노른자, 버섯 같은 식품이 칼슘 흡수에 관여하고, 마그네슘이 풍부한 견과류, 바나나, 두부, 시금치는 전정기관 주변 신경 전달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메스꺼움이 심할 때는 생강차나 진피차를 마시면 속을 가라앉히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고염분 음식과 인스턴트식품은 내이의 압력을 높이고, 카페인과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을 알고 나서 저는 평소 식단에서도 조금씩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석증을 겪고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피해야 할 음식 vs 도움이 되는 음식
● 제가 직접 정리해 두고 싶어서 구분해 봤습니다. 이석증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 도움 되는 식품: 연어·고등어(비타민 D), 달걀노른자·버섯(비타민 D), 견과류·시금치(마그네슘), 바나나·두부(마그네슘), 생강차·진피차(메스꺼움 완화)
● 피해야 할 식품: 짠 음식·가공식품(내이 압력 상승), 커피·에너지음료(카페인), 술(알코올), 자극적인 인스턴트식품
요약: 이석증 치료의 핵심은 이석정복술(에플리 물리치료법)이며, 비타민 D·마그네슘 섭취와 고염분·카페인 제한이 예방과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석증은 저절로 낫기도 하나요?
A. 가능하긴 합니다. 이석이 자연적으로 용해되거나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수 주에서 수개월까지 길어질 수 있고, 그동안 어지럼과 구토로 일상이 완전히 마비됩니다. 이석정복술을 받으면 훨씬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 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Q. 이석증이 재발할 수도 있나요?
A. 재발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치료 후에도 1년 내 약 15~20% 정도에서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골밀도 저하나 칼슘 대사 이상이 근본 원인으로 남아 있으면 이석이 다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비타민 D와 칼슘 섭취를 꾸준히 신경 쓰고, 두부 충격 등 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이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Q. 이석증인지 다른 어지럼증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이석증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어지럼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비교적 괜찮다가 고개를 돌리거나 누울 때 갑자기 어지럽고 금방 멈추는 패턴이라면 이석증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은 지속적이거나 청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구분이 됩니다. 정확한 진단은 딕스-홀파이크 검사와 비디오 안진 검사(VOG)를 통해 받는 것이 확실합니다.
Q. 브란트-다로프 운동은 집에서 혼자 해도 되나요?
A. 전정 재활을 위한 브란트-다로프 운동(Brandt-Daroff exercise)은 집에서 자가로 시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운동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어지럼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나 물리치료사의 안내를 받고 정확한 방법을 숙지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증상이 매우 심할 때는 무리하게 혼자 시도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이석정복술을 먼저 받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옛말에 남의 아무리 큰 고통보다 내 손가락 하나 찔리는 게 더 아프다고 했습니다. 제가 딱 그랬습니다. 교회 어르신들의 고통을 들으면서도 가볍게 넘겼고, 정작 병원에서 이명 걱정에 빠져 있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그 말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이석증 환자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는, 이 병이 단순히 어지러운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전신 마비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병은 아프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이석증은 누워 있는 것조차 고통스럽다는 환자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정리한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석증은 치료법이 있고, 생활 습관으로 어느 정도 예방도 가능합니다. 평소 식단에서 칼슘과 마그네슘을 챙기고, 고염분과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내이 건강에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증상이 의심되신다면 딕스-홀파이크 검사나 비디오 안진 검사(VOG)를 받을 수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을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이석증)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429
분당서울대학교병원(어지럼증 질환 및 검안)
https://www.snubh.org/service/info/com/view.do?BNO=402&Board_ID=B004&RNUM=1
동아일보(이석증 치료하는 식재료)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929/130126219/2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