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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딸이 생후 두 달 만에 아토피 진단을 받으면서 이 병이 단순히 "피부가 가렵다"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2년에 걸친 치료 끝에 딸은 지금 건강한 성인이 되었지만, 그 시간 동안 제가 직접 겪고 보고 느낀 것들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가려움증, 이건 그냥 가려운 게 아닙니다

딸아이가 아토피로 힘들던 시절, 저를 가장 괴롭혔던 건 아이가 밤새 긁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는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긁고, 긁으면 상처가 생기고, 상처는 염증이 되고, 염증은 다시 가려움을 불러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걸 '가려움-긁기-염증'의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는데, 저는 그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와 닿았습니다.

이 악순환의 핵심은 피부 장벽 손상입니다. 피부 장벽이란 외부 자극과 수분 손실을 막아주는 피부의 보호막을 의미하는데, 아토피 환자는 이 장벽이 선천적으로 취약하거나 염증으로 인해 무너진 상태입니다. 장벽이 무너지면 외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피부 속으로 더 쉽게 침투하고,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며, 그 결과 또 가려워지는 것입니다.

장기간 염증이 지속되면 태선화(lichenification)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태선화란 피부가 반복적으로 긁히고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병원에서 30대가 되도록 아토피를 앓고 있다는 분의 팔을 본 적이 있는데, 피부결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반팔은커녕 피부가 드러나는 옷은 입을 엄두도 못 낸다고 하셨는데,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요약: 아토피의 가려움은 피부 장벽 손상에서 비롯된 악순환이며, 방치하면 태선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식이요법, 먹는 것 하나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토피는 먹는 것에 따라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특히 튀김류는 알레르기 반응처럼 피부가 금방 도드라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닭강정, 치킨 같은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이면 아이 피부 상태가 확연히 나빠지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고등어, 연어, 들기름이 대표적인데, 저희는 이 시기에 집 반찬에서 튀김을 아예 빼고 생선구이와 나물 위주로 식탁을 바꿨습니다. 처음엔 온 가족이 불만이었지만, 아이 피부가 나아가는 걸 보니 그 불편함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내 유익균의 수를 늘려 면역 체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미생물을 의미하는데, 장과 면역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토피 관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토피 전문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자료에서도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이 아토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주의해야 할 식품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공식품·인스턴트: 인공첨가물과 트랜스지방이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합니다.
정제 당분: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는 면역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튀김류: 산화된 기름이 피부 자극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 혈관을 확장시켜 가려움증을 악화시키고 수면의 질도 떨어뜨립니다.
병원에서 알게 된 30대 여성분은 스트레스를 달래려 자주 치킨과 술을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토피에 가장 치명적인 것들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셈이니까요. 의사와 약물에만 의존하면서 식습관은 그대로라면, 아토피가 낫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아토피는 식이요법이 치료만큼 중요하며, 오메가-3·프로바이오틱스 섭취와 튀김·가공식품 제한이 핵심입니다.

 

피부 장벽 회복, 약만큼 중요한 보습과 생활 습관

아토피 치료에서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란 피부에 직접 바르는 형태의 염증 억제제로, 전문의 처방에 따라 적절한 강도와 기간을 지켜 쓰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얼굴이나 목처럼 예민한 부위에는 국소 면역조절제인 엘리델이나 프로토픽을 대신 씁니다. 이 약들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우려될 때 장기 관리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저도 딸의 얼굴 부위에는 스테로이드 대신 이쪽을 썼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약보다 더 꾸준히 신경 써야 했던 건 보습이었습니다. 목욕 후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발라야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아토피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처음에 3분이 그렇게 촉박한 줄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 아이를 씻기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사이에 3분이 훌쩍 지나버려서 보습제를 미리 꺼내놓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목욕 방법도 바꿔야 했습니다. 뜨거운 물과 강한 세정제는 피부 장벽을 더 빨리 망가뜨립니다. 미지근한 물로 10~15분 이내, 약산성

세정제를 쓴ㄴ 것이 원치이고, 때를 밀거나 거친 수건으로 박박 닦는 것 절대 금물입니다. 실내 환경도 중요한데 온도는 20~22℃, 습도는 40~60%를 유지하는 것이 피부에 최적입니다. 집먼지진드기는 아토피의 대표적인 악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침구 세탁과 환기를 주기적으로 챙기는 게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요약: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조절제로 염증을 잡고, 목욕 직후 보습과 실내 환경 관리로 피부 장벽을 지켜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여야 치료도 됩니다

아토피 치료에서 빠지기 쉬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환자 혼자만 관리한다고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가족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환자 혼자만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분식집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딸의 유치원 친구 중 아토피를 앓던 아이가 있었는데, 가족들은 닭강정과 이것저것 먹으면서 그 아이에게는 떡볶이와 김밥만 줬습니다. 아이는 닭강정이 먹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식을 제한당하는 것도 힘든데, 가족이 눈앞에서 먹고 싶은 걸 먹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심리적 고통은 피부 염증만큼이나 아이를 지치게 만듭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건 의학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 피부과학회(AAD)에서도 아토피와 우울감, 불안 사이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환자의 정서적 지지가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간과되기 쉽습니다.

환자를 위해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고, 같은 밥상에서 같은 걸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는 치료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심리적인 부담 없이 꾸준히 관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토피는 의사 혼자, 환자 혼자 고치는 병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버텨내는 병입니다.

 

요약: 아토피 치료에서 가족의 공감과 참여는 심리적 안정을 주며, 이것이 치료의 지속성과 직결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토피가 있으면 튀김은 무조건 먹으면 안 되나요?

 

A. 무조건 금지라기보다는 자주 먹는 것이 문제입니다. 튀김류에 사용되는 산화된 기름과 가공 재료들이 체내 염증 반응을 자극할 수 있고, 피부가 바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완전히 끊기 힘들다면 빈도를 줄이고 상태를 관찰하면서 조절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오래 유지됩니다.

 

Q. 아토피 보습제는 어떤 걸 써야 하나요?

 

A. 특정 브랜드보다는 향료와 방부제가 적고 피부 자극이 낮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중요한 건 제품 선택보다 타이밍으로, 목욕 후 3분 이내에 충분히 바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루 두세 번 이상, 피부가 당긴다고 느껴질 때마다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아토피는 완치가 되나요?

 

A. 저희 딸처럼 소아 아토피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이 경우는 완치보다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과적입니다.

 

Q. 아토피에 스테로이드 약을 오래 써도 괜찮나요?

 

A.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절한 강도와 기간을 지켜 사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처방 없이 임의로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인데, 이땐 피부 위축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얼굴이나 목처럼 예민한 부위에는 면역조절제(엘리델, 프로토픽)를 대안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아토피는 완치를 바라기보다 꾸준히 관리하고 조절해가는 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딸을 치료하는 2년 동안 제가 배운 건, 약만으론 부족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습, 식이요법, 환경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공감이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치료가 실질적으로 앞으로 나갔습니다.

아직 아토피로 힘든 분이 계시다면, 먼저 식탁부터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튀김을 줄이고 생선 한 토막을 더 올리는 것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가족이 함께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환자도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참고: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 / 나카무라 테이지 지음, 주성윤 옮김, 『식사로 병을 고치는 책』, 일원서각, 1993 / 송숙자·최선혜 지음,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시조사, 2011 / 김우진·조갑제 지음, 『병을 고치는 음식 이야기』, 동아시아,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