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뇌전증 (원인과증상, 응급대처, 사회적시선)

baddugi 2026. 8. 24. 23:23

목차


    뇌전증 환자 옆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십니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웃 아저씨가 길바닥에서 온몸을 비틀며 입에 거품을 무는 장면을 눈앞에서 봤습니다. 어머니는 "지랄병"이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이 담고 있는 냉담함을 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 아저씨는 전염병 환자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입니다.

    뇌전증

    발작이 왜 일어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뇌전증(간질)을 두고 많은 분들이 "귀신 들린 병"이니 "정신 이상"이니 하는 말을 쉽게 합니다. 저도 어릴 때는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알고 보면,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때문에 발생하는 신경학적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뇌 안에서 전기가 한꺼번에 과도하게 방전되는 것이고, 그 결과가 발작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원인은 연령대별로 다릅니다. 영·유아와 소아기에는 선천성 뇌기형이나 분만 손상, 중추신경계 감염이 주원인이고, 청장년기에는 외상성 뇌손상이 많습니다. 제가 군 초급간부로 복무할 때 입대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병이 구보 중에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군의관이 간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부모님은 "군대 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라고 하셨는데, 돌이켜 보면 외상성 뇌손상이나 이전부터 잠재돼 있던 원인이 신체 과부하 상황에서 발현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장년 이후에는 뇌졸중, 즉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주된 원인이 되고, 뇌종양이나 퇴행성 뇌질환도 뇌전증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이라는 점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원인 불명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더 키워온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영·유아·소아기: 선천성 뇌기형, 분만 손상, 중추신경계 감염
      청장년기: 외상성 뇌손상, 뇌기형, 중추신경계 감염
      중장년·노년기: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특발성: 전체 환자 절반 이상, 원인 불명

     

    요약: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전기 방전으로 발생하며, 원인은 연령대별로 다르고 절반 이상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발작의 종류와 증상,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당황하지 않는다

    뇌전증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국소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뉩니다. 부분발작이란 뇌의 특정 부위에서만 비정상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것으로, 한쪽 손이나 팔이 떨리거나 입꼬리가 당기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 멍하게 한 곳을 쳐다보거나 입맛을 다시고 물건을 주물럭거리는 자동증(자동행동), 즉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신발작 중에서 대발작, 정확하게는 강직 간대발작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강직 간대발작이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전신 근육이 뻣뻣하게 굳었다가 이어서 격렬하게 떨리는 발작 형태를 말합니다. 제가 어릴 때 목격한 이웃 아저씨의 경우가 이 강직 간대발작이었을 것입니다. 온몸을 비틀고 입에 거품을 무는 그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수십 년이 지나도 눈에 선합니다.

     

    소발작, 즉 결신발작도 있습니다. 결신발작이란 주로 소아에게 나타나며 5~10초 동안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멍해지는 발작으로, 너무 짧아서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딴생각하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어서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파 검사(EEG), 즉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해 비정상 신호를 확인하는 검사와 뇌 MRI 촬영이 병행됩니다. 가능하면 발작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는 것이 진단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의료 현장에서 권고하고 있습니다.

     

    요약: 뇌전증 발작은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뉘며, 결신발작처럼 짧고 조용한 발작도 있어 조기 발견을 위한 뇌파 검사(EEG)와 영상 진단이 중요하다.

    뇌전증 응급대처, 이것만 알면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뇌전증 환자 곁에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두 가지입니다. 입 안에 손가락이나 수저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 그리고 발작하는 몸을 힘으로 눌러 제압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군에서 그 신병이 쓰러졌을 때도 주변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잡으려 했습니다. 둘 다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환자에게 골절이나 추가 부상을 줄 수 있습니다.

     

    올바른 응급대처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환자를 안전한 바닥에 눕히고, 주변의 딱딱하거나 뾰족한 물건을 치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넥타이나 단추처럼 목을 조이는 것을 풀어 기도를 확보하고, 몸을 옆으로 돌려 침이나 이물질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5분을 넘기는 발작은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그 신병은 결국 관심사병으로 분류되어 모든 훈련에서 열외된 채 의가사제대를 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그것이 최선이었겠지만, 그때 저는 이 질병이 얼마나 그 사람의 삶의 궤도를 바꿔놓는지를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발작 자체보다 발작 이후에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지금도 떠나지 않습니다.

     

    요약: 발작 시 입에 물건을 넣거나 몸을 억누르는 행동은 금물이며, 옆으로 눕혀 기도를 확보하고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뇌전증 치료와 식이요법, 그리고 우리가 바꿔야 할 시선

    약 70%의 뇌전증 환자는 항경련제, 즉 발작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만으로 발작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알게 된 선배의 친구분이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간질을 앓으면서도 고려대에 진학하고, 구미 대우전자 연구원으로 취직해 결혼까지 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일하게 아쉬웠던 것은 술을 전혀 못 마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경련제와 알코올의 상호작용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알코올은 항경련제의 약효를 방해하고 발작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에게 금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2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약물 저항성(난치성) 뇌전증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로 발작 초점 부위를 절제하거나, 미주신경자극술(VNS)이나 심부뇌자극술(DBS) 같은 신경자극술을 적용합니다. 미주신경자극술이란 목에 있는 미주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어 발작 빈도를 줄이는 시술로,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환자에게 대안이 됩니다.

     

    식이요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케톤생성 식이요법(Ketogenic Diet)은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뇌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바꿔 발작 빈도를 낮추는 방식인데, 특히 약물 난치성 소아 뇌전증에서 의학적으로 그 효과가 검증되어 있습니다. 윌리엄 리의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에서도 음식이 뇌를 포함한 신체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보카도, 올리브유, 견과류 같은 좋은 지방은 케톤 생성을 돕고, 시금치·바나나·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마그네슘과 비타민 B6는 신경 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반면 고카페인 음료는 신경계를 과흥분시킬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뇌전증은 전염병도 아니고,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병도 아닙니다. 그 선배의 친구분처럼, 발작을 안고도 대기업 연구원으로, 남편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발작이 끝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과 똑같이 대해주는 것, 그게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약: 항경련제로 70%는 발작이 조절되고, 난치성엔 수술·신경자극술·케톤생성 식이요법이 병행되며, 무엇보다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 환자의 삶을 바꾼다.

    자주 묻는 질문

    Q. 뇌전증 환자 옆에서 발작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하나요?

     

    A. 가장 먼저 환자 주변의 딱딱하거나 뾰족한 물건을 치우고, 환자를 부드럽게 옆으로 눕혀 기도를 확보해야 합니다. 입 안에 손가락이나 물건을 넣거나 몸을 억지로 누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발작이 5분을 넘기면 즉시 119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Q. 뇌전증 환자는 술을 왜 못 마시나요?

     

    A. 알코올은 뇌전증 치료에 사용하는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를 떨어뜨리고, 그 자체로도 신경계를 자극해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뇌전증 환자에게 금주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치료의 일부입니다.

     

    Q. 케톤생성 식이요법이 뇌전증에 정말 효과가 있나요?

     

    A. 네, 특히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소아 뇌전증에서 의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치료 식단입니다. 고지방·저탄수화물 구성으로 뇌의 에너지 대사 방식을 바꾸는 원리인데, 반드시 의료진의 지도 아래 시행해야 합니다.

     

    Q. 뇌전증 환자도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항경련제로 발작이 잘 조절됩니다. 규칙적인 수면, 금주,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뇌전증과 간질은 같은 병인가요?

     

    A. 같은 질환입니다. 과거에 간질이라고 불렸던 병이 사회적 낙인 문제 등을 고려해 뇌전증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질환의 내용 자체는 동일하며, 현재 의료계와 공공기관에서는 뇌전증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결론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군 복무 시절까지, 뇌전증을 세 번 목격했습니다.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질환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이 질환을 대하는 우리의 무지와 냉담함이 환자를 더 고립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뇌전증 환자는 항상 발작에 대한 긴장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긴장의 상당 부분은 발작 그 자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입니다. 발작이 끝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과 같이 지내주는 것, 혹 발작할 때 주변의 위험한 물건 정도만 치워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선배의 친구분이 대기업 연구원으로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그런 주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뇌전증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을 찾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뇌전증 종합 정보)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961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전증·수면센터 (질환 정보 및 응급처치)

     https://www.snubh.org/dh/main/index.do?DP_CD=BCD2&MENU_ID=003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흐름출판, 2020